김혜지 대표는 도시에 없는 무언가가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 ‘시골’에 푹 빠진 한 사람이 있다. 한 달에도 수십 번 해외를 오가던 국제선 승무원에서 대한민국 농촌관광플래너 1호로 변신한 (주)수요일의 김혜지 대표다. 그녀가 직접 ‘창직’한 이 직업의 역할은 농어촌에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이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일할 당시 그녀는 내로라하는 관광 선진국을 오가며 특히 로컬 여행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 “한번은 괴테의 고향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가 생전에 좋아했다던 사과주 체험 투어를 했어요. 이런 여행이 참 색다르고 재미있는데, 한국에는 왜 없을까 싶었죠.”
그렇게 시작된 관심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다. “찾아보니 국내에도 훌륭한 로컬 체험이나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단지 홍보가 안 됐던 거예요.” 실제로 유럽 국가는 도시와 로컬의 관광비율이 7 : 3 정도인 반면, 국내는 로컬 관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겨우 2~3퍼센트에 불과했다. 일찍부터 관광산업이 서울, 부산, 제주에 집중된 결과였다. 즐길 것으로 가득한 로컬의 매력을 어떻게든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우선 로컬 체험과 음식에 집중했다. ‘관광도 문화다’라는 생각으로, 로컬 체험 플랫폼 ‘시골투어’와 로컬 식품 전문 몰 ‘올바른식탁’을 만들었다.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트렌드 속에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과 음식은 그야말로 통했다. 게다가 정부 기관의 검증을 거친 믿을 만한 파트너들 덕분에 여행객도 크게 만족했다. 그 결과 (주)수요일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전국의 농촌협의체 등 60여 곳과 로컬 네트워크로 협력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3년 차의 성과다. 그사이 로컬을 향한 사회 전반의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 여행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눈에 띄게 많아진 데다, 예전엔 높은 연령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로컬 관광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젊은 층도 시골을 트렌디하게 소비하기 시작했어요. 해외 경험이 많은 세대일수록 오히려 국내로 시선을 돌리게 된 거죠.”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체험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교육적인 것으로 보는 인식이 있고, 대부분 로컬 사업체가 소규모 운영 형태라 불가피한 어려움이 있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 단체가 아닌 이상 투어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현장에서 협력사와 여행객을 만날 때마다 보람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껴요.” 장년층은 물론 대학생 서포터즈와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까지 시골투어의 고객층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의 취향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살피는 것을 넘어, 정책과 연구의 흐름에 맞는 기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살아보는 여행’을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시골투어에서 내년 초 론칭 예정인 ‘웰니스마을’은 국내 곳곳의 체험휴양마을에 머물며 숙박과 시골 체험, 향토 음식 등을 모두 경험하는 투어이다. 남해 웰니스마을에서는 밤에 호롱불을 들고 나가 낙지를 잡는 ‘회바리’ 체험과 향토별미 멸치쌈밥 등을 즐길 수 있다.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장기여행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이 기획은 현재 남해, 태안, 횡성, 연천 등 8곳에서 운영을 확정했다. 지역별 특색이 뚜렷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인원이 적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여행객과 로컬 사업체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혜지 대표는 로컬 관광이 장차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더 높이 날아오르게 할 날개가 되길 바란다. 시골은 그 시작이자, 답을 찾은 곳이다. “시골에서 답을 찾다, 시골에는 다 있다”는 슬로건도 거기서 나왔다. “떠나보면 아실 거예요. 정말 시골에는 보고 즐기고 느낄 모든 것이 있습니다.” 도시에 없는 무언가가 있는 곳, 대한민국이 로컬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