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여행의 목적지로 베트남을 생각한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베트남 식당에 가면 늘 실패가 없었다. 크게 달거나 짜지도 않고, 고기, 해산물, 채소 중 어떤 재료 하나만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의 입맛을 정확히 저격해왔다. 서울에 있는 베트남 식당과 현지의 맛은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그리하여 이번 여행의 목적은 베트남식 한상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이다.

 

짧은 여행 동안 하노이, 다낭, 호이안, 나트랑을 방문했다. 마지막 도시인 호이안에 도착했을 때 그제야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있는 베트남 음식의 진가를 파악했다. 지역별로 비교를 하자면 북부 음식은 맛이 강한 편이다. 조금 더 시고 조금 더 짜다. 중부 음식 매운 편, 남부의 음식은 단 맛이 강하고 매운 맛이 덜하다. 놀라웠던 것은 같은 메뉴라도 선호하는 재료가 다르다는 점이었는데, 이를테면 북부의 스프링롤은 고기로 만드는 반면, 남쪽은 스프링롤을 비롯해 해산물을 주 재료로 사용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베트남 음식의 기원은 북쪽이지만, 남부는 바다와 맞닿은 면적이 넓기에 남부식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한마디로 베트남의 미식이 궁금하다면 북부부터 남부까지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고 여행해야 한다.

북부에서는 홈 레스토랑 하노이를 방문했다. 총괄 셰프가 베트남 쿠킹 쇼인 <아이언 셰프 베트남> 출신이라는 점이 대망의 첫끼 선택을 쉽게 만들었다. 이날 식사의 화룡점정은 하노이식 식사. 채소와 생선요리, 연잎으로 싼 밥은 로컬 가정식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튿날, 비행기를 타고 나트랑으로 향했다. 바다와 맞닿은 나트랑은 로컬 마켓이 즐비해 아침에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 갤러리 나트랑은 각종 뷔페 음식과 함께 랍스터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 여행자는 물론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다낭과 호이안은 같은 중부에 위치한 도시이지만 다른 맛을 선보인다는 사실이 이채로웠다. 다낭의 음식들은 보기엔 맵고 짜게 보이지만, 의외로 맛이 강한 쪽은 호이안이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어서 뷔페식 식당인 농 빌라 호이안과 농 빌라 다낭을 방문했는데, 같은 브랜드의 식당이지만 메뉴판에는 같은 음식이 ‘다낭 스타일’, ‘호이안 스타일’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가장 가볍게 먹기 좋았던 음식은 역시나 면 요리. 중부의 전통 음식인 새우와 치킨 차슈를 넣은 미광은 채소부터 해산물, 고기까지 재료의 조화가 가히 압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