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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팥죽 먹고 액땜” 동짓날 가볼 만한 사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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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팥죽 먹고 액땜” 동짓날 가볼 만한 사찰 여행
  • 황은비 기자
  • 승인 2019.12.20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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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을 쫓는 팥… 지역별 죽, 떡, 국수 만들어 먹으며 안녕 기원
-동짓날 맞이 주말 나들이하기 좋은 전국의 사찰
-예로부터 ‘작은 설날’로 여겨... 크고 작은 행사 개최
팥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겨 동지 팥죽을 먹는다. ⓒPixabay
팥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겨 동지에 팥죽을 먹는다. ⓒPixabay

12월 22일, 24절기 중 하나인 동지가 다가온다. 지금은 쉽게 팥죽 먹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작은 설날’이라 부를 만큼 꽤 큰 명절이었다.

동지를 기점으로 밤의 길이가 정점을 찍고,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불교에선 동지가 붓다를 중심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여겼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액땜을 위함이다. 팥의 붉은색이 불을 상징하여 모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팥으로 시루떡이나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 곳도 있고, 죽의 조리법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경상도는 새알심과 쌀알을, 강원도는 옥수수 알갱이를 넣는 식이다. 동지의 갈래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카오는 유일하게 동지를 공식 휴무일로 지키며, 중국 강남 지역에서는 동짓날마다 팥으로 지은 밥을 먹는다.

오늘날에도 불교 사찰은 동지 기념 기도회와 더불어, 달력이나 팥죽을 나누는 행사를 연다.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겨울이라 더욱 고즈넉한 사찰 나들이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소소하지만,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기엔 충분하다. 차분한 분위기가 크리스마스의 흥겨움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연말을 장식해줄 것이다. 조용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위해 아래 동지를 맞이하여 가볼 만한 전국의 주요 사찰들을 준비했다.

12월 21일부터 2월 20일까지 공주 마곡사에서는 겨울 눈 축제가 열린다. ⓒ마곡사
12월 21일부터 2월 20일까지 공주 마곡사에서는 겨울 눈 축제가 열린다. ⓒ마곡사

공주 마곡사

마곡사는 충남 지역의 대표 사찰 중 한 곳으로, 201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경내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잠행 중 머물렀던 거처도 보존돼 있으며, 해마다 백범 다례제를 올린다. 마곡사를 찾는다면 꼭 편안한 신발을 신자. 경내를 둘러보는 것 외에 태화산 자락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도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 될 것이다. 마곡사는 동지를 기념하여 22일 공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떡 나눔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또, 12월 21일부터 2월 20일까지는 마곡사 겨울 눈축제가, 12월 31일에는 새해맞이 타종식이 열린다.

양산 통도사

세계문화유산 양산 통도사는 영축산에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산세와 어우러진 장엄함이 일품이며,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경내에는 성보박물관을 비롯해 여러 불교문화재가 있으며, 규모가 큰 절인 만큼 수십 채에 이르는 전각만 둘러보기에도 하루가 꼬박 걸릴 정도다. 통도사에서는 동지를 맞이하여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달력 배부 행사를 연다. 상시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108배, 사찰 음식 체험 등 알찬 구성으로 추천할 만하다.

월정사를 둘러싼 전나무 숲은 설경의 진수를 보여준다.ⓒ월정사
월정사를 둘러싼 전나무 숲은 설경의 진수를 보여준다.ⓒ월정사

평창 월정사

월정사에 가본 이들이라면 분명 시원하게 뻗은 전나무 숲을 기억할 것이다. 일주문에서부터 1km에 이르는 긴 전나무길을 걸으며 속세에 지친 마음을 정화하다 보면 본격적으로 전각들이 모여 있는 곳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월정사는 국보 48호인 팔각구층석탑을 비롯해 수많은 불교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성보박물관도 놓치지 말고 둘러보길 권한다. 눈의 고장이니만큼 겨울엔 아름다운 설경도 기대해볼 만하다. 추워도 자원봉사 스님들이 준비한 동지팥죽 한 그릇이면 온기를 가득 느낄 수 있을 것.

순천 선암사

정호승의 시집에 등장하는 선암사 해우소를 기억하는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쓴 시인의 말을 따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순천 선암사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향한다. 봄이면 매화가 유명한 선암사는 사찰로 이르는 완만한 산길을 걷는 것부터가 여행이다. 매년 동지마다 팥죽을 나누는 인심 덕분인지, 마당에 앉아 소박한 죽 한 그릇과 물김치를 먹노라면 그토록 마음이 흡족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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