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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들이 추천한 세계의 맛있는 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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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들이 추천한 세계의 맛있는 술 5
  • 트래블러뉴스
  • 승인 2019.09.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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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있을까? 먹는 재미 못지 않게 마시는 재미에 익숙한 여행기자들이 세계를 돌며 마셔본 맛있는 술을 꼽았다.
“술은 여행의 좋은 친구”라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한 기자들의 추천 술 리스트를 공개한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 풍경 ⓒ이니스킬린 와이너리

1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

3년 전 봄, 캐나다 퀘벡에 가서 아이스 와인을 처음 맛보고 홀딱 반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오카나간 지역과 온타리오 주의 나이아가라 지역은 캐나다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산지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Inniskillin Winery 나이가라 지역에서 가장 각광받는 곳. 지난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빅 엑스포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면서 주목받게 된 와인으로 질리지 않는 개운함과 풍성한 단맛을 낸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미국 출신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하여, 건축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 이스트리아 반도의 비스카

“술은 몸에 좋다”는 애주가 아버지의 레퍼토리를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도 듣는다.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 반도를 여행하는 동안 40도가 넘는 독주를 건강에 좋다고 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고혈압 환자도 마시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혹은 두통에 시달릴 때도 찾아 마시는 비스카Biska는 포메이스(포도 찌꺼기)를 발효시킨 알코올을 증류해서 만든다. 이탈리아 브랜디의 일종인 그라파와 양조법이 같다. 만병통치약으로 숭배하며 집안 대대로 레시피까지 전수하는 비스카는 숙성 시에 겨우살이(한방에서 당뇨, 신경통, 동맥경화 증상에 쓰는 귀한 약재다)를 첨가한다. 작은 유리잔에 담아 단번에 들이켰더니 두 눈이 번쩍 뜨이더라. 건강은 모르겠고, 독한 술기운이 순식간에 확 퍼지며 감각의 자유를 맛봤다.

 

3 스코틀랜드의 싱글 몰트위스키

싱글 몰트위스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년 전 스코틀랜드의 글렌고인 증류소에서 체험한 ‘마스터 오브 몰트’ 덕분이다. 5가지 원액을 직접 블렌딩해 나만의 위스키를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맛과 향에 집중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과음을 했던 모양이다. 보리를 자연 그대로 천천히 건조시켜 증류한 글렌고인 위스키는 짙고도 깔끔한 향이 인상적이었다. 롤런드산의 가벼운 몰트 맛이나 아일레이산의 자극적인 향, 스페이사이드 특유의 프루티한 단맛과 달리 하일랜드 위스키의 특징은 개성 있고풍부한 향이다. 제대로 맛본 최초의 위스키가 하일랜드산 싱글 몰트였다는 게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새로운 세상에 살짝 눈을 떴다.

 

4 마드리드의 베르무트

마드리드의 한 주류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베르무트는 이 도시의 진 & 토닉이다.” 그만큼 마드리드의 베르무트 사랑은 각별하다. 와인에 브랜디, 향료, 약초등을 넣어 침출한 혼성주 베르무트는 대개 식전주로 즐겨 마시는 술이지만, 여기에선 특별히 타이밍을 가리지 않는다. 그 방법은 대개 이렇다. 칠링해둔 스위트 레드베르무트에 얼음을 넣고 올리브와 오렌지 한 조각 동동 띄우기. 여기에 안초비 초절임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라 한다. 베르무트 대부분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산인 데 비해 마드리드에선 스페인산 또한 자주 만날 수 있다. 왕궁 옆 허름한 바에 들어가 타파스 하나 시켜놓고 하염없이 베르무트를 홀짝이던 순간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달콤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5 포트워스의 오이맥주

미국 에일 맥주는 유럽과 달리, 전통보단 실험 정신을 중시한다. 지난해 텍사스 포트워스 여행길에 들른 키메라 브루잉 컴퍼니Chimera Brewing Company에서 그 특징을 몸소 느꼈다. “맥주에 오이를 넣어 숙성했어요.” 맥주 추천을 부탁하자, 브루 마스터는 최근 개발한 맥주를 소개했다. 맥주 이름은 뜻밖에도 ‘위 아 파이어 We Are Fire’. 싱그러운 오이 향을 상상하며 한 모금 쭉 들이켰을 때, 이름의 의미를 알았다. 스파이시한 향과 씁쓸한 맛이 강렬했다. 그 맛은 오이보단 여주에 가까웠는데, 자꾸 마시다 보니 여주처럼 쓴맛에서 오는 개운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이보다 더 강렬한 맥주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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