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원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하나둘 케이프타운에 모여들면서 스위트 와인 산지 클라인 콘스탄시아Klein Constantia 지역을 비롯해 도시 근교 여러 마을에서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발견한 것이지만, 케이프타운의 자연환경은 품질 좋은 포도에 꼭 맞는 생육 조건을 갖췄다.
기후가 와인 생산의 본토인 서남부 유럽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토양은 더 비옥했다. 케이프타운의 시그니처 품종은 알이 작은 포도 ‘피노타주’다. 스텔렌보스 대학의 포도재배학 교수가 탄생시킨 피노타주는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즈, 피노 누아, 그리고 생소의 교배로 만들어진다. 풍부한 향과 질감이 특징인 피노타주는 피노 누아의 섬세함, 생소의 강인함을 고루 갖췄다.
어니 엘스
오크 나무가 잘 자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오늘날까지 남아공의 대표 와인 산지로 사랑받고 있는 스텔렌보시Stellenbosch. 이곳엔 세계적인 골프 선수 어니 엘스Ernie Els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가 자리한다. 남아공에서 유년을 보낸 어니 엘스는 1994년 US오픈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타이거 우즈와 함께 이 시대 최고의 플레이어로 평가받아왔다. 2011년 5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이 전설의 골퍼가 처음 와이너리를 론칭한 건 2000년의 일이다.
스텔렌보스의 전망 좋은 언덕에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둬 온 와인은 단연 ‘어니 엘스 시그니처Ernie Els Signature’다. 메를로, 소비뇽, 말베크로 블렌딩한 보르도풍의 와인으로 2001, 2002, 2004, 2007년에 각각 와인 대회에서 5개의 별을 획득한 전력이 있다. ‘어니 엘스 빅 이지Ernie Els Big Easy’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시라즈를 주조로 카베르네 쇼비뇽, 그리나시 등 6가지의 포도로 만든 와인인데, 드라이하면서도 화려한 잔향이 꽤나 인상적이다.
TIP 와인 못지 않게 이곳에서 인기 있는 건 어니 엘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곳의 소장품, 기념품들이다. 특히 와이너리 지하에 가면 골프채를 쥐고 흔들던 엘스의 황금빛 핸드 프린트를 볼 수 있다.
오트 카브리에르
와인 종주국 프랑스에서 건너온 위그노(칼뱅파 이교도)들의 정착지 프란스훅Franschhoek은 케이프타운의 대표적인 와인 마을이다. 오트 카브리에르Haute Cabriere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1694년 개업 이래 30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의 2가지 품종을 생산하는 와인 농장을 운영해 온, 유서 깊은 명가다.
창립자이자 위그노 이주민인 피에르 주르당Pierre Jourdan은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제조 방식을 계승하고자 했고, 오늘날에도 이 원칙을 고수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곳의 와인 저장 고엔 총 140개의 오크 통이 있다. 오크 통의 종류에 따라 와인 향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프랑스에서 들여온 것을 사용해 초콜릿과 커피 향이 배도록 제조한다. 은은한 모카커피 향이 인상적인 이곳의 시그니처 클래식 캡 피에르 주르당 브뤼Pierre Jourdan Brut가 그 좋은 예. 독창적인 블렌드 와인도 선보인다. 브랜디를 블렌딩한 피에르 주르당 라타피아는 농밀한 질감과 풍부한 단맛을 지녀 디저트 와인으로 인기가 높다. 와이너리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는 와인과 함께 유러피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TIP 셀러 투어도 진행한다. 1시간 30분간 지하 와인 저장고를 둘러보는 이 투어의 특징은 와인 마스터의 ‘사브라주Sabrage’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사브라주는 샴페인 병 목을 칼로 쳐서 군의 사기를 높였던 나폴레옹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