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을지유람’의 2탄이다. 이전의 프로그램이 을지로의 옛 모습을 들여다보는 코스였다면, 신을지유람은 과거의 모습을 비추어 미래를 본다. 투어의 시작점인 방산시장에서 신성덕 문화해설사를 만나 우리가 몰랐던, 혹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골목을 걸었다. 수십 년 기술을 연마한 장인들과 새로운 기술, 창의력을 가진 젊은 이들이 서로 만나고 있는 곳. 새 시대의 을지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코스 1. 성제묘
신을지유람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성제묘다. 방산시장의 실핏줄 같은 골목 사이에 숨어있다. 관성제군, 즉 관우의 혼을 모시는 신당으로, 방산시장의 상인들조차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건립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임진왜란 이후인 것으로 짐작한다. 당시 관우 장군신의 도움으로 왜구를 물리쳤다고 믿은 명나라 장수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데, 국가에서 세운 관우의 사당인 동묘나 남묘와는 달리 민간 차원에서 세워졌다. 성제묘는 다른 곳과 달리 관우와 그의 부인을 함께 모신다. 관우 부부상이 화려한 닫집 안에 걸려있는데, 임금의 자리 뒤에 거는 일월오봉도(해와 달, 다섯개의 봉우리가 있는 그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의 장군신앙이 관우를 임금과 같은 제왕의 존재로까지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코스 2. 8개의 서울미래유산
新을지유람 코스에는 총 8개의 서울미래유산이 있다. 코스 초입에서 만나는 것이 신중부시장과 방산시장이다. 신중부시장은 1595년에 개설된 재래시장으로, 건어물과 해산물을 거래해왔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건어물 전문 시장이다. 그 맞은편에 있는 방산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종이포장 전문 특화시장이다. 1945년 광복 직후 미군부대가 이 근방에 주둔하며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서울의 오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산골막국수와 우래옥, 문화옥, 안동장을 찾아보자. 각각 1962년, 1946년, 1952년, 1948년 개업한 오래되고 이름난 맛집들이다. 대를 이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믿고 찾아봐도 좋겠다. 코스 막바지에 있는 노가리골목도 서울미래유산이다.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힙지로’의 중심지다. 마지막이 송림수제화다. 1936년부터 지금까지, 4대에 걸쳐 한자리에서 수제화를 만들고 있다.
코스 3. 방산종합시장
방산종합시장은 방산시장 안에 있는 상가 건물이다. 입구 가까이에 청계천이 흐르는데 조선시대, 한양의 인구가 급증하며 토사가 쌓이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 이에 영조가 이 흙을 걷어내도록 했는데, 이 때 준설한 흙이 산이 되고 여기에 무궁화가 가득 폈다고 한다. 덕분에 주위에는 꽃 향기가 흐드러졌다고 전해진다. 꽃다울 방芳에 뫼 산山을 쓰는 시장의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됐다. 최근 몇 년 동안 향초와 디퓨저 점포가 크게 성장한 것이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향초, 디퓨저, 방향제 원료와 DIY재료를 파는 상점이 40여 개 넘게 밀집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판매하는 제품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셀 수 없이 많다.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들고,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 손님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