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에는 산막이옛길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과거 임진왜란 때 왜적을 피해 도망치던 피란민이 산에 가로 막힌 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머무른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그렇게 조성된 마을이 칠성면 달천 중류의 산막이 마을인데, 워낙 오지인 데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버섯이나 나물, 약초 등을 읍내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물길을 이용하곤 했다. 1957년 괴산수력발전소가 들어서며 달천의 물길마저 막히자, 호수로 둘러 싸인 좁고 험준한 벼랑을 돌고 돌아 10리를 오가기 시작한 것. 산막이옛길은 그 벼랑길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한 산책로다. 2011년 11월 일반에 개방됐고, 이후 전국 각지에서 무수한 탐방객이 이곳을 찾았다. 산막이옛길에는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총 24곳의 명소가 숨어 있다. 그중 반드시 걸음을 멈춰야 할 4곳을 추렸다.
1 소나무 동산
40년생 소나무가 3만 3058제곱미터(약 1만 평) 가량 군락을 이루는 옛길 초입의 산책로. 솔향기 가득한 숲길을 걸으며 청량한 산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길 중간쯤 걷다 보면 주변의 소나무와 소나무를 연결해 만든 옛길의 명물 출렁다리가 자리하는데,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다리 전체가 흔들리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2 망세루
남매바위 위에 자리한 목조 정자로 괴산호의 시원한 풍광이 한눈에 담긴다. 정자 주변으로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 덕분에 산책 도중 땀을 식히며 쉬어가는 이들도 많다. 날씨가 맑은 날엔 비학봉과 군자산, 옥녀봉, 아가봉까지 시야에 들어오며, 해가 진 뒤 호숫물에 비친 달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3 앉은뱅이 약수
산막이옛길 중간쯤에 자리한 약수터. 과거 앉은뱅이가 지나다 물을 마시고 난 뒤 두 발로 걸어서 떠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덕분에 성수기에 옛길을 찾으면 이 약수터 앞에 길게 줄을 선 채 약수 한 모금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수질이 양호한 편이며,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4 꾀꼬리 전망대
마흔고개 직전, 깎아지른 듯한 40미터 높이의 절벽 위에 망루 형태의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호수 쪽으로 길게 돌출돼 있는 데다 바닥이 유리로 이루어져,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고공 전망대’라 불리는 것도 그 때문. 안전을 위해 뛰거나 2인 이상 올라가는 것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