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와 서비스가 오가는 딱딱하고 차가운 공간, 마켓에 새롭게 발견할 거리가 무얼까. 기자의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도대체 가늠이 되지 않아, 무작정 찾아가보기로 했다. 신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개척자나 ‘유레카’를 외치기 일보직전의 과학자까지는 아니어도, 선물상자를 앞에 둔 아이처럼 기대 가득히 마켓발견의 문턱을 넘었다.
유럽풍 마호가니 앤티크 가구, 분위기 있는 로맨틱 조명과 무드등, 눈이 즐거운 클래식 테이블웨어에 봄 향기를 채운 화분과 화병까지, 엣지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했다. 서울의 황학동이나 이태원 고가구거리에 있음직한 물건이었다. 복고풍 의상과 블링블링 여심을 자극하는 액세서리, 추억 돋는 LP판과 타자기∙축음기∙전화기 또한 레트로 감성과 어우러져 발길을 멈추게 했다.
뿐만 아니다. 쓰고 남은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업사이클 가죽지갑, 코코넛 껍질과 커피 점토를 활용한 친환경 화분,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비누, 삼베로 만든 핸드메이드 수세미가 봄 소식을 전하듯 해사하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이것들은 이름하여 제로 웨이스트 제품.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아이템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마켓발견을 세계 곳곳의 물건과 스토리를 담은 빈티지 숍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기자 또한 눈으로 매장을 둘러볼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발견은 세심한 관찰에서 탄생하는 법. 마켓발견의 진면목을 살펴보기 위해 조소연 대표를 만났다.
“마켓발견을 업사이클링이나 리사이클링 매장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환경만을 생각하고 만든 곳은 아닙니다. 이곳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갖춘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한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고, 컨설팅과 강의, 클래스를 통해 그 사람이 업사이클 되도록 하는 것이 마켓발견의 존재 이유죠.”
마켓발견에서는 기부자가 내놓은 물품이 재화이자 기회자원이다. 기부자는 안 쓰는 물건을 기부하고 다양한 기회를 찾아가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헌 옷으로 러그를 만들고, 주방용품과 화장품 공병으로 조명을 만들고, 폐비닐과 자투리 천으로 에코백과 팻 용품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수업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기부자들은 공간과 물품을 대여하고,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면서 제품 판매자로, 강사로, 디자이너로 성장한다. 물품뿐만 아니라 사람 또한 업사이클 되는 곳이 바로 마켓발견이다.
백운산, 청계산, 모락산과 함께 백운호수, 왕송호수 등 푸른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 남부 도시 의왕에 마켓발견이 자리를 잡은 지 3년. ‘그 동안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치며 두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이 행복해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고단함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업사이클 클래스 강의, 키트 제작, 동영상 제작, 강사 양성 활동 외에도 ‘올 가을에는 공간을 옮겨 그 동안 진행했던 사업과 활동을 재점검하고 새롭게 기획할 기회로 삼겠다’는 조 대표와 마켓발견의 팀원들. 물건과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는 이 플랫폼은 사람의 온기와 숨이 더해져 생명력 가득한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켓발견 정보]
√사이트: 마켓발견 marketbalgyun.com
√위치: 의왕시 백운로 687-1
√문의: 070-7755-5182
√오픈: 09:00~18:00(매주 월 휴무)
√이용팁: 매월 8일 발견데이(전품목 8% 할인), 매월 28일 또! 발견데이(의류 품목 할인)
√업사이클 클래스 강좌
:팻용품 업사이클 클래스
:헌 옷을 활용한 도시락 봉사 가방 제작 클래스(장소: 의왕아름채복지관)
:계원대학교와 함께하는 업사이클 클래스(일시: 매월 셋째주 목요일 14시)
:업사이클 강사양성과정(5월 개강)
이장숙(여행작가)
단행본 <안녕, 유럽> 기획, 제작이 여행과의 첫 인연. 이후 다수의 사보, 사외보, 잡지에 여행기사와 여행을 테마로 한 피처기사를 썼다. 기자, 작가, 에디터, 과장 등의 몸에 맞지 않는 수식어보다는 지구별 관찰자 정도로 기억되길 바란다. 자유를 꿈꾸지만 늘 현실에 발목 잡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