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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정희진의 발로 뛴 해외여행기] 발트 3국 플러스 헬싱키 4편_에스토니아 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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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정희진의 발로 뛴 해외여행기] 발트 3국 플러스 헬싱키 4편_에스토니아 탈린
  • 글・사진 정희진(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 승인 2021.06.1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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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해 놓은 탈린행 페리를 타야 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마음은 급해져만 가는데, 전화는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차에 언뜻 아이폰은 외국에서 전화할 때 +표시를 앞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에스토니아 탈린 Day 1

페리가 오가는 탈린 항구. ⓒpixabay
페리가 오가는 탈린 항구. ⓒpixabay

헬싱키에서 2박을 하고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다. 여행을 오기 전 한국에서 미리 여행 이동 스케줄에 맞춰 탈린으로 가는 페리 티켓과 탈린에서 리가, 리가에서 빌뉴스로 가는 고속버스 티켓을 다 예약하고 왔었다.

그래서 페리 출발시간에 맞춰 조식도 미리 챙겨 먹고 여유 있게 하버 터미널로 갔다.

그때까지는 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예약해 왔던 페리 티켓 예약증을 발권하러 갔는데 문제가 생겼다. 직원이 예약증을 보더니 티켓이 오늘 날짜가 아니라 내일 날짜인 표라는 것이다.

“Oh My God!!! What?”

진짜 멘붕이라는 것이 한국도 아니고 헬싱키 페리 터미널에서 제대로 왔다. 친구랑 여행 계획 짤 때 몇 번이나 스케줄도 전부 확인하고 예약증도 확인을 했던 것인데 날짜가 잘못됐다니….

우리를 멘붕에 빠뜨렸던 페리 티켓
우리를 멘붕에 빠뜨렸던 페리 티켓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순간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우리는 티켓 발권해주는 직원에게 여기서 날짜를 오늘로 변경해줄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네가 해줄 수는 없고 처음 예약을 한 곳에서 날짜를 변경해 와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순간 친구랑 나는 너무나 당황해서 여기서 우리가 오늘 탈린으로 가지 못하면 여행 스케줄이 전부 엉켜버리는데 어떻게 하나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늘 우리가 여유 있게 페리 터미널에 와서 배 탑승까지 30분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우선 한국으로 연락을 취해 티켓을 변경해 보고 안 되면 현지에서 다른 페리 티켓이라도 알아봐서 탈린으로 가자고 얘기를 했다.

지금은 21세기, 핸드폰 하나면 전 세계 어디든 연락이 가능한 시대이니 전화비 걱정하지 말고 우선은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리 티켓을 예매했던 회사로 전화를 해봤다. 대충 시차를 계산해 보니 천만다행으로 페리 예약했던 회사가 퇴근 시간 전이었다.

친구가 급하게 전화를 시도해 봤는데 계속 전화가 신호만 가고 받지를 않는 것이다. 예약해놓은 탈린행 페리를 타야 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마음은 급해져만 가는데, 전화는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차에 언뜻 아이폰은 외국에서 전화할 때 +표시를 앞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친구에게 그렇게 해보라고 하니 드디어 전화가 연결됐다. 페리를 예매했던 한국 사무소의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다행히 바로 날짜를 바꿔 줄 수 있다고 했다.

엄청나게 컸던 메가스타 페리
엄청나게 컸던 메가스타 페리

그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30여 분을 거쳐 탑승시간에 겨우 맞춰 실자 메가스타 페리에 탑승을 할 수 있었다. 탈린과 헬싱키를 오가는 페리들은 여러 회사가 있고 걸리는 시간도 다양한데 우리가 탔던 실자의 메가스타는 꽤 거대한 페리였다.

층수도 10층 정도 되는 것 같았고 페리 내에는 식당, 매점, 카페, 면세점, 슈퍼, 바, 오락실 등 다양한 편의 시설들이 있었다. 아침에 긴박했던 상황이 정리되고 나갔던 멘탈이 돌아오니 페리 안을 구경할 여유가 생겨 헬싱키에서 못 샀던 무민 마그넷을 사고 짧았던 헬싱키 여행을 종료했다.

마치 중세도시로 타임슬립한 듯 여전히 고풍스러운 도시 탈린 ⓒpixabay
중세도시로 타임슬립한 듯 고풍스러운 도시 탈린 ⓒpixabay

2시간여 페리를 타고 도착한 탈린.

헬싱키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헬싱키보단 덜 세련되고 덜 발전된 나라 같았지만, 그 덕분에 훨씬 중세 유럽의 느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페리 터미널에서 나와 구시가지 근처에 호텔을 잡았던 우리는 커다란 여행 캐리어 때문에 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페리 터미널에서 구시가지까지 거리가 멀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택시비도 많이 나올 거 같지 않아 흥정도 안 해보고 덥석 가까운데 있는 택시 아무거나 잡아타고 호텔 이름을 말하고 몸을 실었다.

돌바닥으로 이어진 탈린 구시가지 ⓒpixabay
돌바닥으로 이어진 탈린 구시가지 ⓒpixabay

멀지 않은 길이라 했었는데 택시가 꽤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약 2만원 가량의 택시비를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차로는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운전기사가 외국 여행객이라 돌아 돌아 호텔에 내려준 거였던 것이다. 내가 바로 그 유명한 호갱이었던 것....역시 어디서든 방심하면 이렇게 바가지를 쓴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배우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페리 티켓 때문에 진을 빼고 택시에서 호갱으로 털리고 기분은 안 나는 날이었지만 우리는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 아닌가. 짐만 우선 호텔 방에 대충 던져놓고 옛 유럽 분위기로 유명한 탈린의 구시가지 구경을 살짝 해보기로 했다.

올드타운 입구인 비루문
올드타운 입구인 비루문

오늘은 탈린에 도착한 날이니 가볍게 비루문 근처 입구 쪽만 둘러보기로 했는데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돌로 된 거리를 걸어보니 와~ 정말 옛날 유럽이 이런 분위기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유로 내고 올랐던 성벽
3유로 내고 올랐던 성벽

하지만 거리를 구경하다 보니 운동화 신은 발도 점점 돌로 발 마사지하는 기분이 드는 게 나도 모르게 자꾸 좀 더 평평한 길을 찾게 되는 것이었다. 발바닥도 점점 아파져 오고 아침에 했던 긴장 때문에 피곤도 밀려오고 해서 탈린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가볍게 올드타운 분위기만 살짝 느껴보고 일찍 호텔로 복귀했다.

성벽에서 내려다본 올드타운 전경
성벽에서 내려다본 올드타운 전경

(다음 회에 계속)

정희진> 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한국전통문화 인터넷 방송, 야후, 기초과학연구정보센터 등에서 컨텐츠 관련 일을 오래 함. 친구와 같이 떠나는 여행도 좋고, 홀로 가는 여행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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