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뉴스 Day 2
이번 여행 9박 11일 중 가장 긴 시간 3박을 묵은 빌뉴스. 여기서 3박을 하게 된 이유는 빌뉴스 근교에 있는 트라카이성을 하루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발틱 3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던 중 호수 가운데 떠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성의 사진을 보았는데 그 사진을 보니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트라카이성은 버스나 기차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기차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어제 미리 기차역에 들러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왕복 기차표가 더 저렴하길래 아예 왕복으로 기차표를 예매해 놨었다.
트라카이성은 외국 관광객 말고도 현지인들도 관광으로 많이 가는 곳인듯했다. 한국에서는 타볼 수 없는 2층 기차 2층에 앉아 주변을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트라카이로 여행을 가는 가족들이 꽤 보였다.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목가적인 리투아니아의 경치를 구경하며 트라카이에 도착했다.
트라카이 기차역에 내리니 사람들이 우르르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지도 볼 필요도 없이 그 사람들을 따라 움직였다. 트라카이성까지는 걸어서 30-40분 정도 가거나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친구와 나는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트라카이성을 가는 길에 지나는 동네 경치도 이쁘고 주변에 크고 작은 호수도 많아 사진 찍을 만한 스팟도 많고 구경거리도 꽤 있어 걸어가는 길이 지루하진 않았다.
트라카이성은 성 자체가 호수 중간에 있는 섬 위에 축조되어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 형태를 하고 있는 성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데 그 다리 건너편에서 보는 트라카이성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갈베 호수에 둘러싸여 있는 붉은 벽돌의 트라카이성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물안개와 어우러진 성의 모습은 신비롭기만 했다. 커다란 산 중간에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본듯한 독일이나 스위스의 웅장한 성과는 다른 느낌의 조금은 작고 소박하지만, 왠지 더 현실감 있는 성의 모습이었다.
트라카이성 안은 박물관과 연주회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중세 시대에 사용되었던 고문 기구, 검이나 활, 대포 등 다양한 무기들도 구경할 수 있어서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삐걱거리는 폭이 좁은 나무 계단으로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는 성 내부를 걸어보니 마치 내가 중세 시대 배경인 미국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묘한 기분이었다.
성 밖에서 성 모습을 보았을 때는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 속 공주가 사는 아름답기만 한 성 모습을 연상하고 들어왔는데 성안의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감이 넘쳤다. 죄수들을 가둬두는 감옥의 모습이나 적들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중의 다리는 낭만적이라기보단 실용적인 모습이었다.
트라카이성을 나와 트라카이의 별미로 알려진 키비나이를 먹기 위해 찾아두었던 레스토랑을 가려고 보니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그래서 기차역에서 트라카이성 오는 길 중간 여기저기 보였던 레스토랑 중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치킨과 소고기 키비나이 그리고 스프를 주문했다.
키비나이가 만두 모양의 음식이길래 한국처럼 빨리 나올 줄 알았는데 음식 나오는 시간이 20분 이상 걸려 10분 만에 음식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도 못하고 맛은 봐야 했기에 허겁지겁 스프와 키비나이를 욱여넣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오븐에 구워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만두보단 담백한 느낌이었고 소고기보단 치킨 키비나이가 우리 입맛에 맞았다. 스프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육개장 느낌이었던 스프는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정희진> 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한국전통문화 인터넷 방송, 야후, 기초과학연구정보센터 등에서 컨텐츠 관련 일을 오래 함. 친구와 같이 떠나는 여행도 좋고, 홀로 가는 여도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