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 따라, 길 따라” 노래 속에 여행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12월의 가볼 만한 곳 -겨울방학 맞이 테마 ‘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서울 정동길부터, 춘천 소양강, 창원 삼포마을 등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다양한 국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가 12월 추천 여행지를 선정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따뜻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테마는 ‘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선정된 여행지 6곳에는 노래를 따라 가면 더욱 즐거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특히 최근 식을 줄 모르는 레트로 열기로 1980~90년대 초창기 트로트와 대중가요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이번 여행지들은 더욱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돌담에 새겨진 추억, ‘광화문 연가’- 정동길 (서울 중구)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에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등장한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정동교회까지 연인과 거닐던 흔적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이영훈이 1988년 작사·작곡한 노래로 ‘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눈 덮인 예배당이 바로 정동제일교회다. 교회 건너편에는 이영훈의 노래비가 있으며, 낙엽 떨군 가로수와 옛 러시아 공사관, 아담한 찻집 등은 정동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다. ‘광화문 연가’의 길은 세월을 따라 많이 변했다. 영국대사관 옆으로 덕수궁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으며, 구세군중앙회관은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13층 정동전망대에 오르면 덕수궁과 정동길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한국 음악계의 ‘마왕’ 그를 만나는 곳 - 성남 신해철거리 (경기 성남시 분당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가수 신해철 작업실 주변에 ‘신해철거리’가 조성됐다. 성남시와 팬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으로, 신해철이 마이크를 잡고 앉은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바닥에는 가수 인순이(“신해철, 그리운 이여.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운 마음 가슴에 담아두겠네.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친구여…”)를 비롯한 각계각층 사람들이 생전의 그를 떠올리며 쓴 글이, 그가 쓴 노랫말은 나무 푯말에 새겨져 있다. 신해철거리와 가까운 율동공원은 호수를 따라가는 산책로가 운치 있다. 공원 내에 자리한 책 테마파크는 책을 읽으며 알찬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춘천 가는 기차’타고 ‘소양강 처녀’를 만나러 – 경춘선과 소양강 (강원 춘천)
강원도 춘천을 대표하는 곡에는 ‘소양강 처녀’와 ‘춘천 가는 기차’가 있다. 북한강을 따라 달리던경춘선과, 소양강댐이 생기기 전의 소양강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지금은 모두 옛 추억이고 됐지만, 춘천의 낭만을 이야기할 때 여전히 이 곡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기차 종착역인 춘천역에 닿으면 매일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가 춘천의 명소로 데려다주고, 춘천역에서 가까운 소양강 처녀상은 ‘소양강 처녀’를 추억하게 한다. 이웃한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춘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래가 만든 전설 - 제천 박달재 (충북 제천)
충북 제천과 충주를 잇는 박달재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던 곳이다. 하지만, 오늘날 전 국민이 그 이름을 알게 된 데는 1948년 발표된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의 영향이 크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1절)”로 시작해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2절)”로 끝나는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영화와 악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노랫말에 나오는 금봉은 박달재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조선 중엽 박달재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과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 박달의 사랑 이야기에서 박달재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현재 박달재에는 금봉과 박달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공원과 목각공원이 조성됐다. 또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제천한방엑스포공원과 청풍호를 한눈에 담는 전망의 청풍호반케이블카도 들러보자.
트로트의 시작과 오늘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난영공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전남 목포, 영암)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송가인 덕분에 새삼 거센 트로트 열풍이 불었다. 1930년대부터 시작한 트로트의 역사는 1935년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이라는 곡으로 본격적인 형태가 잡힌 것으로 본다. 이 노래의 배경이자, 트로트의 본고장인 목포와 영암을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난영이 잠든 삼학도 이난영공원, 이난영이 태어난 양동 42번지 생가터, 유달산 허리에 자리한 ‘목포의 눈물’ 노래비 등을 보면 목포 구석구석에 ‘목포의 눈물’이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올해 9월에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면 유달산과 바다, 영산강이 어우러지는 항구도시 목포의 역동적인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지난 10월 말, 영암 월출산기찬랜드에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문을 열었다. 국내 트로트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보고, 하춘화의 50여 년 가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옛 노래를 따라 뉴트로까지- 삼포로 가는 길 (경남 창원 진해구)
1983년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은 큰 인기를 끌었다. 배따라기의 이혜민이 작사·작곡한 곡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삼포’를 이상향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창원시 진해구의 마을이다. 이혜민이 여행하던 중 삼포마을에 반해 노랫말을 썼다. 마을 초입에는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 아래 음향 장치가 있어, 버튼을 누르면 ‘삼포로 가는 길’을 비롯해 그 시절 가요가 흘러나와 절로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한다. 생각보다 옛 노래를 그리워하며 찾는 이가 많다는 이 마을은 ‘삼포로 가는 길’이 낯선 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한적한 포구에 카페가 몇 군데 있어 커피 한잔하며 쉴 수 있고, 마을 서쪽 약 2km 지점에 진해해양공원이 자리한다. 공원에서 짚트랙과 에지워크를 즐길 수 있고, 주변의 소사동마을과 진해군항마을도 뉴트로 유행에 맞춘 복고 여행 명소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