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전시, 아뜰리에 에르메스로 향하자!
다프네 난 르 세르장의 이미지와 기억의 기원을 향한 여정 11월 10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최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기억은 일반적으로 뇌에 받아들인 인상, 학습되고 획득한 정보 또는 과거의 경험을 간직하고 저장하는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기록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지워지고, 왜곡되기도 한다. 불완전한 기억을 가진 인가는 끊임없이 이 기억의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르네상스 시대, 미술사의 위대한 발견인 원근법은 종교와 역사의 이야기를 오차 없이 평면 위에 기록하고, 기억으로 각인시켰다. 19세기의 발명된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눈을 카메라의 렌즈가, 내면에 가라 앉은 기억을 인화지에 옮겨왔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 아닐지 모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을 맛보다 옛 기억에 휩싸인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한국계 프랑스인 작가 다프네 난 르 세르장은 우연히 은광의 고갈을 예측하는 뉴스를 접한다. 2029년 이후 채굴 가능한 은광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을 거라는 예측 속에서 다프네 난 르 세르장은 잊고 있던 시공간과 관련된 수많은 기억을 재조직하게 만들었다. 은의 기억과 기원을 찾아나서는 작가의 여정은 이곳에서부터 출발했다. 이 여정은 사진의 기억 그리고 기원을 발견하는 여정과 겹치고, 동시에 사진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의 기억과 기원을 탐색하는 과정과 같은 결을 가졌다.
분열과 경계의 개념을 중심으로 예술적, 이론적 연구를 지속한 작가의 발걸음은 이제 서울에 멈추었다. <실버 메모리: 기원에 도달하는 방법>은 이미지와 기억의 기원에 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사진과 영상 작업을 전시한다. 어두운 전시장으로 들어선 관람객은 계곡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를 따라 <은의 할로겐 입자(2019)>에서부터 <코덱스 2031: 은광의 종말(2019)>까지 이어지는 길에 동참한다. 현재에서 과거로의 여정, 최초 기억에 각인된 단 하나의 감각을 찾아내는 여정은 결국 자신의 근원에 이르고 막을 내린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11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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