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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 예정 지역 강화. 이 도시에서 청년들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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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 예정 지역 강화. 이 도시에서 청년들이 살아남는 법
  • 송혜민 기자
  • 승인 2020.01.06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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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는 강화의 생태계를 고민하는 청년들, 협동조합 청풍
다음 세대를 위한 강화를 만들고 싶어

청풍, 지역의 내일을 보다

ⓒ강신환
협동조합 청풍의 조합원들 ⓒ강신환

마담, 베니스, 토일, 총총, 수리. 만화에 나오는 이름들이 아니다. 협동조합 청풍 멤버들의 닉네임이다. 이곳에서는 멤버가 서로를 이렇게 부른다. 함께 결정하고 똑같이 나누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칙처럼 서로가 동등한 권리를 가진 동료로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마담은 협동조합의 대표다. 베니스는 강화풍물시장에서 ‘2층 커피’를 운영한다. 토일은 커뮤니티 펍 ‘스트롱파이어’를, 총총은 ‘아삭아삭순무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수리는 곧 오픈 예정인 상점 ‘진달래섬’의 디렉팅을 맡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따로 또 함께 지역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은 “우연히 만났다”고 서로를 소개한다. 오랜 동네 친구도 아니고, 출생지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강화에서 줄곧 살아오던 토박이고, 누군가는 서울이나 인천에서 바다를 건너 흘러들었다. 서로 어떻게 알게 됐나요, 하는 물음에 “길 가다 만나기도 하고, 우연히 연결됐어요”라고 답한다. 그러고는 “지역 안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통했던 거죠”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들의 만남을 기막힌 우연 혹은 치열한 선택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다.

ⓒ강신환
스트롱 파이어 ⓒ강신환

청풍의 시작은 강화풍물시장 안의 ‘청풍상회 화덕식당’ 하나였다. 그게 2013년이다. 어르신들, 시장 상인들이 손님의 대부분인 곳에서 이탈리아식 화덕피자를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화의 쑥이나 순무, 밴댕이, 고구마를 피자 재료로 연구하며 애쓰다 보니 자연스레 상인 구성원들 사이에 녹아들 수 있었다. 지금은 3가지 업장을 운영하는 어엿한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았다. 화덕식당은 커피와 토스트를 파는 2층 커피로 업종을 변경했고, 강화풍물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트롱파이어와 아삭아삭순무민박을 열었다.

스트롱파이어는 지역 주민들의 참새 방앗간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펍이다. 여행자들은 아삭아삭순무민박에서 묵어가며 강화를 체험하고, 이 동네 친구들을 만들 수도 있다. 12월 중순에는 지역의 상점, 창작자들과 함께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인 진달래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스트롱파이어 공간 한편에서 판매하던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강화 특산품인 소창으로 만든 소품, 강화의 낙조와 갯벌의 빛깔을 닮은 향초 등 다양한 협업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신환
강화 풍물시장 투어 가이드로 나선 베니스 ⓒ강신환

6년 전의 청풍은 당장의 내일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장기적인 미래를 볼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강화는 지금 더 거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바로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이다.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지역이 쇠락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결국은 소멸할 거라는 전제하에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는 나은 지역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청풍은 지역민들이 강화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강신환
스트롱 파이어 한 켠에 마련된 기념품 선반 ⓒ강신환

강화의 시골 가게가 더 길게 살아남기를, 작은 동네 가게가 더 생기고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울시의 지역 교류 프로그램이나 외부 청년 창작자와 협업하기도 하지만 청풍은 다음 세대를 위한 지역의 출입구 역할도 자처한다. 대표적인 것이 곧 오픈할 상점인 진달래섬이다. 강화에 있는 대안학교인 섬마을고등학교의 첫 졸업생 3명이 상점 오픈과 운영에 함께하기로 했다. 졸업 후 강화에 남아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청풍이 손을 내민 것이다. 이제 청풍은 10년 후의 청풍 그리고 강화의 청년들을 바라본다.

ⓒ강신환
ⓒ강신환

 

 

 

 

 

 

 

유마담으로 불리는 유명상은 6년 전 처음 강화에 왔다. 이 섬의 토박이도 아닌 그가 강화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이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 때문이었다. 같은 미래를 그리는 청년들과 함께 손잡고 ‘협동조합 청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현재 조합원은 총 5명으로,각각 강화풍물시장 안에 위치한 2층 커피, 커뮤니티 펍 스트롱파이어,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 소품 상점 진달래섬을 맡아 운영한다. 더불어 지역민들이 강화 안에서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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